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나는 새를 보는 사람을 보았다:새를 본다는 것의 인류학

기사승인 2024.03.22  15:51:21

공유
default_news_ad2

와우산을 등지고 있는 홍익대학교는 작은 녹지를 따라 새들이 오가기 좋은 곳이다. 계절을 가리는 새들도 있고 터줏대감처럼 일년내내 보이는 새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풀숲을 유심히 쳐다보거나 고개를 들어 10분 이상 나무 꼭대기를 응시하는 것은 결코 흔한 행동이 아니다. 비일상적 행동을 동반하는 이런 새 보기, ‘탐조’를 취미로 삼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 바로 필자가 그렇다. 도대체 우리는 왜 새를 볼까? 탐조에 무슨 매력이 있길래? 나는 새도 좋아하지만, 새를 보는 사람들 또한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인간 다음으로 교내에 가장 많은 방문을 하는 동물이 새라던데. 교내에 어떤 새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다음엔 새를 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새를 보는 방법

<준비물>

망원경, 기록을 위한 노트와 필기구, 촬영을 위한 카메라, 햇빛을 가려줄 모자, 장시간 탐조 시 필요한 물과 에너지 바, 걷기 편한 신발과 옷

※새를 보러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바로 새로운 시선이다. 새를 보는 새로운 시선!

 

<새 잘 보는 팁>

① 새는 물 가까이에 있다.

새들은 주로 해가 뜨고 질 때 이동한다. 대부분 새는 잠을 자는 장소와 먹이활동을 하는 장소가 다르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한다. 새 종류마다 선호하는 환경이 다르지만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주로 시냇물이나 호수 등 물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새들은 비행을 하기 때문에 체온이 높고 잦은 수분 보충이 필요하다. 적당한 깊이의 물에서는 주기적으로 목욕을 하고 목을 축인다. 특히 이동 시기인 봄과 가을에는 철새들이 오가는 것을 관찰하기도 좋다.

② 새를 포착하기 위한 감각의 준비

새마다 고유한 울음소리가 있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우리는 이들이 어디 있는지 찾기가 어렵고 울음소리만 어렴풋이 들릴 뿐이다. 특히 여름철에 나뭇잎이 우거질 때는 새의 종류를 눈이 아닌 귀로 판단한다. 울음소리는 녹음이 어렵고 짧은 몇 초 동안만 들리곤 해서 새들의 울음소리를 미리 학습하고 가야 동정이 쉽다. 마찬가지로 대포 카메라를 가지고 있거나 뛰어난 실력자가 아니라면 새를 찍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망원경을 들고 간다면 생의 종을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미리 특징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

새의 존재는 시청각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만 알 수 있다고 느낀다. 언제 어디서 내가 찾던 그 새가 나타날지 모른다. 만약 당신이 어떤 새를 찾고자 한다면, 몇 시간이고 시청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이것은 현시대를 살며 잊고 있었던 야생의 감각, 원시적이고 단순한 감각의 회복이기도 하다.

③ 새 보는 사람과 함께

무엇보다도 탐조는 새를 본다는 사람과 같이 가면 더 좋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도 그러하듯 나와 새도 수많은 우연으로 만나게 된다. 새보다는 새를 보러 가는 여정을 즐기시길 바란다.

 

<주의해야 할 점>

새들은 한 번 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리고 대부분 새는 인간을 경계한다. 새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자. 과한 움직임이나 소음은 좋지 않다. 새들은 야생임을 기억하자. 날아다니는 날 것의 존재!

 

교내 새 지도

 

 

이름: 물때까치

특징: 꼬리가 매우 길고 날개에 푸른빛이 돈다. 평지나 낮은 산 근처에서 일 년 내내 쉽게 볼 수 있다. 12월19일 오전 9시 30분 경 물때까치 20마리 이상이 무리를 지어 와우관 앞 수풀더미를 오갔다.

 

이름: 어치

특징: 몸은 회갈색에 파란색 광택의 독특한 날개덮깃에 검은 줄무늬가 있다. 머리는 주홍빛이 돈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소리를 낸다. 기계 소리나 고양이 울음소리를 따라 할 수 있다. 6월 8일 오후 4시경 어치 한 마리가 와우관 앞 나무에 앉아 있었다.

 

이름: 박새

특징: 머리와 배 가운데가 검은색이다. 뺨은 흰색이고 날개는 어두운 회색이다. 산림과 도시공원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가을부터 겨울에는 여러 종류의 박새들이 무리 지어 생활한다. 4월 27일 오전 11시경 박새 두 마리가 인문 사회관 B동 높은 나뭇가지를 돌아다녔다.

 

이름: 황조롱이

특징: 전국적으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텃새이다. 맹금류이며 도심의 아파트나 고층 건물의 턱에서 서식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4월 4일 오후 6시 30분경 황조롱이 한 마리가 공학과 앞 수풀에 앉아 있다가 내가 가까이 걸어가자 날아갔다.

 

 

 

 

 

 

 

이름: 오목눈이

특징: 무리 지어 생활하며 땅 위에 내려앉는 일이 드물다. 또한, 불규칙한 비행을 한다. 작은 몸통에 비해 꼬리가 상대적으로 길고 정수리는 흰색이고 눈에는 넓은 검은색 선이 있다. 3월 20일 오후 2시 30분경 홍문관 근처 덤불에서 오목눈이 10마리 정도가 꽃눈을 먹고 있었다.

 

이름: 딱새 

특징: 수컷과 암컷의 색깔이 다르다. 수컷의 경우 배가 붉은 갈색이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단독으로 생활하며 관목에 앉아 꼬리를 파르르 떨면서 운다. 3월 4일 오전 10시 30분경 홍문관 입구 쪽 나무에 딱새 한 마리가 앉아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름: 직박구리

특징: 시끄럽게 우는 특징이 있다. 주변에서 가장 쉽게들을 수 있는 새 소리다. 몸 전체가 회색이고 뺨은 갈색이다. 12월 19일 오후 2시 30분경 인문 사회 B동 근처 덤불과 나무에 서너 마리의 직박구리가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비행했다.

 

 

새를 본다는 것의 인류학: 새를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새들의 터전을 기록하다>

올해 3월에 ‘수라’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영화는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수라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생물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의 주제는 새만금 간척사업이라는 국가사업과 관련되어 있지만 시사성보다도 개인의 행방에 주목하게 된다는 점에서 실존적 질문까지 던지게 되는 내밀함을 갖고 있었다. 20년 동안 기록의 행위를 멈추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동시에 자서적으로도 보였다.

영화가 아니었다면 나는 비단고동과 쇠제비도요가 얼마나 이쁜지, 갯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감독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탐조인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까, 영화 전반에 기록과 관찰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영화에 나오는 오동필 씨는 매년 같은 곳을 수백 키로씩 걸으며 새들의 수를 조사하는 사람이다. 새만금 사업을 둘러싸고 많은 이견이 있겠지만 그는 비인간 동물의 이야기는 인간이 기록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기록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우리의 기억들도 때로는 기록하지 않으면 망각되고 미지의 것이 되기도 한다. 일기를 쓰거나 사진을 찍는 것이 기록의 일부라는 점에서 우리가 스스로의 기억을 대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오동필 씨는 새와의 기억을 기록하고 알리는 듯 보였다. 극 중에서 그는 새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이쁜 것을 본 사람 아픔을 잘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그곳을 마지막까지 떠나지 못한다. 이쁜 것을 본 죗값이다.’ 그는 아마도 새에게서 이쁘다고 생각될만한 무언가를 보았고 그들이 겪는 아픔을 공감했으며 그래서 기록을 멈출 수 없었던 걸로 생각된다.

기록은 그 자체로 사건을 조망하는 효과를 가지고 축적된 기록은 데이터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동네 산책 겸 나간 탐조조차도 새를 알아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이다. 새의 위치와 시간을 기록한 탐조일지까지 마쳤을 때 비로소 탐조를 마무리했다고 하는 건 나의 기록이 새의 존재를 조망하고 도심 속에서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이들을 누군가는 목격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관찰과 기록은 무지를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식의 축적은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고 그래서 누구도 조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되는 갯벌의 문제 또한 해결할 것이다. 탐조는 문제들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살아있는 새들의 기록이 있다면 죽은 새들의 기록은 그것과 조금 다르다. 바로 죽음의 이유를 묻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새의 죽음을 기록하다>

영화가 개봉한 비슷한 시기에 나는 집 앞에서 죽은 새 한 마리를 보았다. 그 새는 ‘되새’로 경계심이 강한 편인데 사람이 많고 풀 한 포기 없는 인도에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되새가 난데없이 도로 한복판에서 죽은 이유는 바로 건물의 유리창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새들은 반사되고 투명한 유리를 벽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빠른 속력으로 날다가 건물의 유리 벽에 부딪힌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는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에 충돌하여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야생생물 기록플랫폼인 ‘네이처링’을 통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가 진행중이다.

전통적인 탐조는 살아있는 새를 보는 활동이었지만 도시에서의 탐조는 유리창 충돌 조사를 포함해 새의 삶과 죽음을 모두 관찰하므로 ‘도시탐조’라 부른다. 새의 죽음을 지속적으로 목격하고 기록하는행위는 살아있는 새의 안녕을 모색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탐조와는 다르다. 우리가 바닥의 죽은 새를 확인하는 일은 고개를 들어 새가 부딪힌 유리의 도시를 보게 한다. 그곳에는 유리로 된 입면의 빌딩과 투명한 방음벽들이 있다. 새들이 비행하는 상공의 공간을 침해하고, 인간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 구조물이다. 우리는 새들이 치명적인 구조물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전의 도시공간에서는 배제된 새라는 타자를 인식하게 된다

몇몇 시민들은 새를 인지하고 이해하기 위해 도시탐조에 참여하기도 한다. 시민들은 네이처링을 통해 새의 죽음을 기록한 뒤 새들이 죽는 유리 구조물을 찾아 점자 스티커를 붙이고,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 활동을 통해 시민들은 도시가 비단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새와 같은 비인간 타자를 위한 공간을 포함해서 도시를 ‘재분배’하기 위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시작한다.

시민들이 이러한 제스쳐를 취하게 된 것은 ‘새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새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죽음이 진행되고 있음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야 했다. 그것은 새의 관점을 상상해 보며 새로운 감각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먼저 익숙하던 도시의 지형과 소음 속에서 낯선 움직임과 소리에 집중하고 비인간의 형체를 쫓아야 한다.

이것은 새의 죽음을 관찰하는 사람을 서술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가 관찰자로서 가져야 할 감각들이다. 탐조인들을 관망하는 것이 아닌 참여자로서의 태도를 지니며 ‘실천하는’ 인류학자로서 탐조에 임했다. 사람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인류학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에 대한 서술이 이토록 생생할 수 있는 것은 감독 이전의 탐조인, 인류학자 이전의 탐조인으로서 관찰과 기록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새를 보고 있노라면 평소답지 않은 방식으로 고막이 울리는 듯하다. 새를 보는 그 화면이 확대되어 다가오는 듯하다. 안온했던 이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풍경의 감상을 넘어선 일탈의 순간을 만든다. 우리의 인지에서 소외된 이들은 유리 건물이 모르는 새들의 죽음과 동치된다는 사실을 알자. 우리는 무지에서 벗어나 소외된 것을 앎으로써 헛된 죽음을 막을 수 있다.

학교를 오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흔한 나뭇가지 사이에 흔들리는 작은 그림자를 쫓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무심하게 길을 걷다가도 이 글이 생각나서 이어폰을 빼고 하늘을 보았으면 하고 바란다. 그곳의 낯설고 가벼운 존재에게 안녕을 건네며 잊고 있던 감각, 해방을 느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수민 clara_sm@naver.com

<저작권자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set_C1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