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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녹아든 작은 선율 - '고전음악의 이해', 김보라 교수님

기사승인 2020.03.20  15: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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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생활하면서 많은 음악을 접한다. 그중에서도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선율을 자랑하지만 이름만 들었을 땐 낯선 클래식 음악. 이러한 클래식 음악의 편견을 깨려고 노력하시는 ’고전음악의 이해‘ 수업의 김보라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Q1 : 안녕하세요, 교수님! 학생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일반교양 과목 중 ’고전음악의 이해‘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김보라입니다. 저는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피아노전공 및 대학원의 석사를 거쳐,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피아노과 석사, 미네소타대학교 피아노과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좋아해서 이 길로 쭉 오게 되었어요. 최근까지도 피아니스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내년 봄 즈음 콘서트도 열 예정이에요. 홍익대학교 학생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니 많은 관심 바라요.

 

 

Q2 : 많은 음악 장르 중에서 고전음악 강좌를 여신 까닭이 궁금합니다.

A : 클래식, 즉 고전음악은 서양 악기로 연주되는 독특한 음색을 가진 예술 음악이에요. 사실 많은 학생들이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잖아요. 반면에 고전음악에는 ’지루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많은 것 같았어요. 그러한 편견들을 없애주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노출되는 음악이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전음악은 잘 안 찾아 듣게 되거든요. 사실은 광고나 카페 등 일상생활 많은 곳에 고전음악이 녹아있어요. 그렇지만 아무도 그것들이 누구의 음악이라고 알려주지 않고 그냥 틀어만 주기 때문에 머릿속에 그 잔상은 있지만, 어떤 음악이라고 인지를 못 하는 거예요. 클래식은 정말 우리 실생활에 녹아 있는 음악이고,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요.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음악은 들을 때 장르를 알면 알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낯설 수 있지만 매력적인 장르, ’고전 음악‘이라는 선택지를 강의를 통해 들려주고 싶어요.

 

 

Q3: 고전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 다른 예술도 그렇지만 클래식도 정답이 없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 따라서 그 해석이 달라져요. 내가 만약에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힘들 때 들으면 위안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슬플 때는 기쁨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너무 흥분된 상태에서는 안정감을 줄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석 방향이 참 유동적이에요. 어떤 상황에서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다 즉각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질리지 않고 들을 때마다 색다른 매력에 빠지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수요가 많지는 않아도 한두 번 듣기 시작하고 점점 그 매력에 빠지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음악이에요.

 

 

Q4: 수업 관련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교수님의 수업에서 음악 감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들었는데, 왜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시게 되었나요?

A : 음악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감상이에요. 배경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음악을 알지 못하면 그 음악 지식은 죽은 지식이에요. 그래서 수업에서 음악 감상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수업 시간에는 음악 관련 지식을 간단히 곁들이고 음악을 들려줘요. 또, 시험문제에도 감상 문제를 출제하는데 학생들에게 감상 목록 리스트를 주어서, 시험 볼 때만이라도 여러 번 듣도록 하는 거죠. 음악을 여러 번 들으면 익숙해져서, 그전에는 찾지 못했던 그 음악의 좋은 점이나 매력을 찾을 수 있어요. 그런 점들을 수업을 통해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러한 수업 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가끔 학교 오디오 시스템이 예상치 못하게 고장 나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감상에 차질이 생겨 진땀이 나기도 하죠. (웃음)

 

 

Q5: 수업에서 연주회에 다녀오는 과제가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이런 과제를 내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 학생들이 연주회와 친밀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연주회 감상문 과제를 내게 되었어요. 제 지인 중에 연주회를 여는 사람들을 섭외해서 학생들이 무료로 갈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한 학기에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 사실 연주회를 강제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래서 항상 다른 옵션으로 음악회에 가기 싫은 학생은 클래식에 관한 보고서를 한 페이지 분량으로 작성하도록 제시하고 있어요. 연주회를 너무 등 떠밀려 가면 오히려 반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학생들에게는 다른 과제를 주는 거예요. 갈 수 있는 학생은 꼭 가보라고 하고요.

 

 

Q6 :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을 정말 많이 배려하시는 것 같아요. 혹시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꼭 가르치시고자 하는 사조가 있나요?

A : 고전음악에서 가장 기본이자,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고전주의’ 사조예요. 고전주의는 아주 짧은 시기로, 1750년에서 1820년까지 70년 정도의 기간이에요. 그런데도 ‘고전’이라는 단어가 전체 클래식을 대변할 만큼 대표 용어가 되었잖아요. 그만큼 가장 완벽한 음악의 형식미를 가지고 있는 사조예요. 거기에서 기인한 대부분의 이론 형식이 현재까지 쓰이고 있고, 특히 고전주의 작곡가 중에서도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음악사에서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가장 정석으로 작곡했던 이들이에요. 음악은 항상 자율적이고 파격적으로 변화하지만, 결국 고전주의 시기에 추구하던 완벽한 형식으로 돌아오거든요. 그들이 있었기에 낭만주의, 20세기로 올 수 있었기 때문에 꼭 알아야 하죠. 사실 저도 고전주의 사조의 베토벤을 제일 좋아해요. 고전주의 작곡가 중에서 가장 입체적인 음악 세계를 가졌고, 그만큼 이해하기 어렵지만 매력적이거든요.

 

 

Q7 : 고전음악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현대 음악과 고전 음악의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A : 현대음악과 고전음악의 가장 큰 차이는 음색이에요. 고전음악은 서양의 전통악기인 현악기 그룹(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관악기 그룹(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등), 타악기 그룹, 그리고 건반악기 그룹이 연주하는 음악이에요. 현대 대중음악에는 전자 음향이 주로 사용되는 데 반해서, 고전음악은 순수 기악 음악으로 분류되며 악기 자체의 소리로 구성된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어요. 또한, 길이의 차이도 있어요. 현대의 대중음악은 한 곡의 연주시간이 3~5분 정도인 반면에, 고전음악은 대부분 한 곡의 연주시간이 10분 이상, 긴 것은 한 시간이 넘는 것도 있어요. 연주시간이 길다 보니, 관객들의 집중력이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아요.

 

 

Q8 : 21세기 음악 시장에서 고전음악의 입지와 역할은 어떻게 될까요?

A : 음악은 하나의 문화 양식이기에, 시대가 변하면서 같이 변할 수밖에 없죠. 생활양식이 변화하면서 산업화하고, 기계화되고, 문명화되면서 음악이 변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에요. 어떤 장르들은 나왔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분명한 가치가 입증된 고전음악은 다른 장르에 묻히지 않고 꾸준히 연구될 거에요. 지금 현대 음악의 기초가 되는 음악 이론, 음악 형식이 아직까지는 고전음악에서 기인한 것을 쓰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조성음악*을 들 수 있어요.

대신 대중가요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진 못할 수는 있어요. 대중음악이라는 것은 동시대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서 유행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현재 이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 유행에 민감한 음악이에요. 상업성과 자본주의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음악이에요. 반면에 고전음악은 이미 지나간 옛 음악이고, 현대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관심과 유행에 맞춰 작곡된 곡이 아니므로, 현대인들의 기호가 아닌 음악인 것이지요. 당연히 현대인들이 덜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하지만, 고전음악의 가치를 알아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존재하는 한, 현대의 사람들이 고전음악을 듣고 감동과 깨달음을 얻고 있는 한, 인류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음악이 고전음악일 것 같아요.

 

*조성 음악: 음악에 쓰이는 화성이나 멜로디가 하나의 음 또는 하나의 화음을 중심으로 하여 일정한 음악 관계를 가지고 있을 경우를 말함. 따라서 조성이란 음악이 경과하는 속에서 볼 수 있는 음 현상이며, 중심이 되는 음과 화음의 지배가 그 음악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음악의 조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Q9 :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A : 2021년에 피아노 연주회를 열려고 해요. 1부는 피아노 독주회이고, 2부는 *피아노 퀸텟으로 구성할 예정인데, 기존의 딱딱하고 지루한 독주회가 아니라 쉽고 유명한 곡들에 해설을 곁들일 거예요.

 

*피아노 퀸텟(Piano quintet): 피아노 5중주로 피아노와 4개 악기(대개는 현악기)로 합주하는 것.

 

Q10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첫 번째로 해주고 싶은 말은, 고전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세요. 학생들이 리포트 쓴 걸 읽어보면, 고전음악이 처음에는 너무 어렵고, 우아하게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웃음) 그게 아니고 그 시기의 음악이 고전으로 분류가 되어서 고전음악이라고 불리는 것일 뿐, 사실은 평범한 음악이에요. 그 당시인 16~18세기 즈음에는 평범한 음악이었는데 지금은 옛 음악 양식이기 때문에 직접 찾아서 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한 선입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음악회장에 가보세요. 직접! ‘내가 한 번 가봤는데 너무 졸려서 싫어’ 이러한 생각으로 다시는 음악회장에 가지 않는 것은 후회가 없지만, 아예 한 번도 안 가보고 나한테 너무 지루할 것 같다는 그런 선입견을 갖는 건 너무 아쉬우니까요. 그래서 적어도 이 수업을 듣게 된다면 과제를 겸해 가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 번째는 음악하고 관련이 없는 말이긴 하지만, 살면서 목표를 가지고 현재를 즐기세요. 현재를 즐기라는 것은 꼭 놀라는 것만은 아니고, 공부나 다른 무언가를 정말 미치도록 열심히 하라는 말이에요. 혹여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대신 목표는 꼭 있어야 해요. 목표가 있으면 중간에 방황해도 결국 도착지까지 갈 수 있거든요. 물론 그 목표는 수정도 가능하고요. 그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임유빈 ksshope@naver.com

<저작권자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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