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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넌홍대생인데 홍대옷집도모르냐

기사승인 2022.11.30  04: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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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마주한 힙한 스트릿룩, 러블리한 모리걸룩...

오랜만인 대면 수업에 어떤 옷을 입을지 모르겠다면 혹은 지나가다 사람들이 걸친 아이템의 출처가 궁금하다면 이 글에 주목하자. 홍대 빈티지 샵 투어 그리고 나만의 등교 룩북 완성 프로젝트!

 

빈티 나서 빈티지?

빈티지 혹은 구제라는 말에는 어딘지 모르게 진입 장벽이 있다. 남이 어떻게 입었을 줄 모르는 옷을 찝찝해서 어떻게 입느냐부터 시작해서 빈티지는 퀄리티가 좋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티지의 어원은 포도주 브랜드 ‘vintage’로, 오래된 와인의 숙성 기간이 주는 프리미엄이 비용을 높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빈티지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이전에는 최고의 상태, 고풍스러운 전성기라는 의미를 가졌다. 이는 곧 패션잡지 보그에서 ‘보그체’로 사용되며 패션에 대한 지식을 있어 보이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대중들에 의해 고풍스러운 전성기라는 본래 의미와 조금 다르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말 그대로 ‘세컨드 핸드’로 과거에 사용되어 온 상품부터, 실제로 타인의 손을 타지는 않았지만 앤틱하거나 클래식한 특정 스타일을 모두 가리키는 용어로 그 범주가 넓어졌다.

 

내 옷장을 가득 채운

나는 빈티지의 ‘ㅂ’자도 모르는, 오히려 부모님의 영향으로 빈티지에 좋지 못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게 20년을 살아오다가 홍익대학교에 입학하며 홍대 거리를 매일 걷고 또 걸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였다. 그러나 음악방송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독특한 옷과 휘황찬란한 머리색들이 홍대 거리에선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어디서 산 건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스타일의 옷들이 내 옷깃을 스치길 몇 달쯤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인스타그램에 팔로우 된 계정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 계정은 바로 빈티지 샵의 온라인 스토어였다. 그제서야 나는 그들의 옷이 이런 곳에서 나온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그들이 익숙해져 갔고, 결국 빈티지 스타일이 내 취향이란 걸 깨달으며 지금까지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방문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집에 놀러 와서 내 옷장을 열어본 친구의 당황스러우면서도 존경하는 듯한 표정을 잊지 못한다. 이제 나는 홍대 거리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 언제 가도 항상 나보다 개성 있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에 학교 가는 길이 즐겁다.

 

나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최근에는 빈티지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가게까지 친히 방문했는데도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허탕 치는 것이 싫어 인터넷 쇼핑을 즐겨 하던 나 같은 손님들에게 안성맞춤인 격이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마켓 방식의 스토어는 걸어서 서너 군데 정도의 가게를 돌면 체력이 수직 낙하하며 당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더욱 좋은 접근성으로 다양한 옷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자주, 많이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스크롤만 넘기며 쇼핑하다 보면 지갑 사정에 큰 타격이 오기도 하지만. 특히 대부분의 빈티지 샵들은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방송 기능을 사용하는데, 라이브 방송의 장점은 온라인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소통 단절을 메꿔 준다는 것이다. 상태나 재질, 수치를 사진으로 보고 가늠하기는 어려운데, 껄끄럽게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가려운 속을 긁어주듯 한 벌, 한 벌 직접 설명해주는 라이브 방송은 내향인들에게 그야말로 천국이다! 하지만 그 옷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댓글 창에 구매 의사를 남겨야 한다. ‘이건 내가 사야만 해!’라는 충동으로 질러버린 옷이 대체 몇 벌인지 셀 수도 없다. 이처럼 생각보다 빈티지의 세계는 가볍고도 심오하다.

 

 

새 옷 같은 세컨드 핸드 주세요

Step 1. 선택 방법

너무나 당연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이 입고 싶은 것을 고르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제대로 파악하고, 대략의 스타일링을 머릿속으로 먼저 시뮬레이션해 본 후 아이 쇼핑을 시작한다면 원하는 옷을 발견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뜻이다. 뜻밖의 행운으로 만난 옷이 마음에 들 때도 많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옷들과 어울리지 않거나 집에서 거울을 보니 핏이 이상하다는 등의 이유로 손이 잘 안 갈 때가 많지 않은가.

앞에서 말한 것을 토대로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마음에 드는 치마를 사도 어울리는 신발이 없어서 못 입는다든지, 이런 원피스는 나밖에 소화를 못 할 거라며 휩쓸려 구매한 원피스가 옷장에 몇 년째 처박혀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어디서나 어울릴 만한 무난한 아이템을 살 필요는 전혀 없지만, 독특하더라도 나의 어떤 옷에도 잘 녹아들 수 있을 법한 아이템을 고민해보자. 한번 잘 장만한 레어템, 열 장롱템 안 부럽다.

결정적으로 빈티지 의류에서 가장 꼼꼼히 확인해 할 것은 옷의 상태다. 천에 이염이나 얼룩은 없는지, 나 모르게 뚫린 구멍은 없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빈티지 의류는 교환/환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조금 가격대가 있더라도 상태가 좋고 소장 가치가 있는 브랜드 빈티지를 추천한다. 여타의 빈티지 제품보다는 확연히 값이 비싸지만, 새 제품이었다면 절대 그 가격에 구할 수 없는 옷을 “득템”했다는 뿌듯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Step 2. 스타일링

빈티지룩을 입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빈티지 의류만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빈티지와 빈티지가 아닌 아이템을 경계 지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믹스매치(mix match)가 잘 된 룩이 더욱 균형감 있게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빈티지한 프린팅의 크롭티에 핏하고 깔끔한 청바지, 베이직한 흰 셔츠에 빈티지한 넥타이를 매는 등 적절한 균형을 맞춰주면 과하지 않으면서도 센스 있는 조합을 무한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날 코디의 컨셉에 맞는 크고 작은 소품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키포인트다. 정해진 공식은 없으며 내가 손에 잡히는 걸 필요한 곳에 더하는 게 다이지만, 그런 작은 디테일에서 완성도가 크게 차이 난다. 화려한 패턴의 실크 스카프, 헤드폰, 카메라, 심지어 한여름 필수품인 양산까지 뭐 하나 패션이 되지 않는 것은 없다. 나 자신의 숨겨진 감각을 믿어보자.

거기에 통일감을 한 스푼 더하고 싶다면 톤온톤(tone-on-tone)/톤인톤(tone-in-tone) 코디로 룩을 완성할 수 있겠다. 먼저 톤온톤이란, 동일한 색상에 밝기와 채도에만 차이를 두며 전체적으로 같은 색상의 변주를 쌓아주는 조합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깔맞춤’, ‘그라데이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만약 내가 보라색을 좋아한다면 상의에 라벤더색, 하의에 딥 퍼플을 사용하는 것이 그 예시에 해당한다. 물론 배색 관계가 모호하거나 대비감이 지나칠 때에는 그사이에 흰색 혹은 검정색 등의 분리색을 넣어 단절감을 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반면 톤인톤은 다른 색상이지만 같은 톤의 색상을 사용하는 색 조합 방법이다. 어느 한 색이 돋보이기보다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한 컬러의 개별적인 톤을 집어내서 다른 색과 관계시키는 일의 체감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라서 톤온톤 배색보다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Step 3. 보관

빈티지 의류는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당연히 새 옷보다 사용감이나 데미지가 있는 옷이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가장 기본적이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만다. 아무 생각 없이 세탁기에 한 번에 돌린 빈티지 의류는 한 번 세탁할 때마다 수명이 몇 년씩 깎인다. 나도 정말 알고 싶지 않았지만, 단지 나눠서 여러 번 세탁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이불과 함께 세탁한 원피스는 주인의 무지몽매한 실수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래서 우리는 옷에 달린 택을 제대로 살핀 후 정해진 세탁 방법 준수를 몸과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리곤 반드시 직사광선이 덜 드는 건조한 곳에 얌전히 말려줘야 한다. 선크림을 발라줄 수도 없는 옷이 햇빛을 맞는다면 색이 바래는 건 한순간이다. 물론 빈티지 특유의 빛바랜 색을 사랑하지만, 잘못 말린 빨래는 생각보다 균일하고 예쁘게 색을 빼앗기지 않는다. 또한 비가 와서 습한 장마철이라면 제습 모드로 에어컨을 켜고 은은한 캔들을 켜주는 것도 옷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생활 속 습관이다.

마지막으로 빨래를 거두어들여 옷장 속에 넣을 때 드레스 퍼퓸을 몇 번 분사해 주는 것이 좋다. 본래 옷의 상태나 판매 매장의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지하에서 판매하는 빈티지 의류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해묵은 먼지 냄새가 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탁이 끝나고 뽀송해진 옷에 자신의 페이보릿 향기를 남겨준다면, 옷을 입을 때마다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홍대 빈티지 샵 지도 

1. 밀리우 하우스

 

홍대입구역 3번출구, 연남동의 여느 골목으로 들어가면 지하 한 층과 지상 1층으로 이루어진 앤틱한 공간이 눈에 띈다. 빈티지샵 겸 카페인 밀리우 하우스는 브랜드가 있는 상품의 빈티지를 주로 취급하여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 가격이 부담스러울 땐,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하며 빈티지에 대한 안목만 기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신 카페 내부 인테리어를 구경하면서 음료와 디저트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갸또 쇼콜라 케익이 꾸덕하니 맛있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30길 17 1층, 지하1층 밀리우 하우스

매일 PM12:00~AM1:00, 화요일 정기휴무

@milieu_haus

 

2. 세컨드 클로젯

연남동에 2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세컨드 클로젯은 페미닌한 스타일을 주로 판매하는 본점과 좀 더 젠더리스한 옷을 함께 판매하는 또 다른 지점으로 운영 중이다. 내가 다녀온 본점은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다채로운 색감의 롱-원피스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해변을 거닐 때 다리에 사박거리며 천천히 걸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매장 내부도 작지만 빽빽하게 옷장처럼 옷이 걸려 있어서 내 취향을 모래 속에서 찾아내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258-1 지하 1층 SECOND CLOSET

매일 AM11:00~PM11:00

@second_closet_official

 

3. 와이즈걸

먼저 소개 전 인스타그램 계정은 ‘wise girl’이지만, 오프라인 스토어 주소를 찾을 때는 ‘H.atllier’를 검색해야 함을 주의하자. 위치는 C동에서 가까운 상수동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수업이 마친 후 상수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남는 공강 시간에 구경을 해도 좋겠다. 취급하는 스타일은 마냥 페미닌하다기 보다는 소위 말하는 ‘힙한’ 느낌이다. 남들과는 다르게, 하나밖에 없는 옷을 소장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자.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13길 21 1.5층 H.atlier

매일 PM1:00~PM10:00, 목요일 정기휴무

@wisegirl.vintage

 

4. 아홀로틀 실버

정확히 말하자면 세컨드 핸드 쥬얼리가 아닌, 빈티지 ‘감성’의 악세사리를 취급하는 쥬얼리샵이다. 빈티지 옷을 샀는데 마땅한 악세사리가 없을 때 찾아갈 만 한 곳이다. 목걸이와 반지를 주로 판매하지만 그 외에 다양한 악세사리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특히 희귀한 원석을 세공한 악세사리가 많다는 점이 특징적이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매달 판매하는 월별 탄생석 쥬얼리를 미리 만나볼 수 있다. 흔하지 않은 앤틱 스타일이 자꾸 떠올라서 조금만 통장에 여유가 생기면 들르게 된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15길 27 태리하우스 아홀로틀

PM1:00~요일마다 상이, 화요일 정기휴무

@axolotl_silver

 

5. 페이지원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발길을 돌리는 빈티지샵인 페이지원. 상수역 1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아기자기한 가정집 같은 외관의 입구와 특유의 달콤하고 기분 좋은 향이 사람들을 이끈다. 빈티지 의류뿐만 아니라 소품, 식기, 악세사리가 함께 판매 중이며, 그때 그때 마다의 컨셉에 따라 상품 디스플레이가 자주 바뀌는 편이다. 이런 점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옷을 구매하는 것 이상으로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갖게 만든다. 특히 의류를 구매할 때마다 튼튼한 가방에 스티커까지 센스 있게 포장 해준다는 점까지 완벽하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75 1층 페이지원

매일 PM12:30~PM21:00, 일요일 PM1:00 오픈

@pageone__official

 

6. 우이스숍

합정에 위치해 학교에서 직접 걸어가면 조금 거리가 있으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건물의 2층에 위치하여 지하에 위치한 다른 빈티지샵보다 특유의 쾌쾌함이 덜하고 쾌적한 편이다. 특히 채도가 높은 쨍한 색감을 사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곳이다. 흘러 나오는 노래도 적당히 신나고 은은해서 몰래 고개를 끄덕거리며 옷을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포은로 37 2층 우이스숍

PM2:00~PM8:00, 월요일 화요일 정기휴무

@oowis.shop

 

연남부터 상수를 지나 합정까지. 홍대 주위 가지각색의 매력을 가진 빈티지 샵들을 둘러보면서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빈티지 샵별 스타일을 와우 독자들에게 자세히 공유하기 위해 에디터의 사심이 담긴 취향으로 완성된 평일 코디 룩북(Lookbook)을 함께 살펴보자.

 

 

Weekday Lookbook

오늘 뭐 입지? 사도사도 입을 옷이 없다면 이 코디를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빈티지로 시작해서 빈티지로 끝나는 나만의 5일 등교 룩북.

 

- Monday; 로맨틱

세컨드 클로젯, 로즈 롱원피스, 39,000원

한 주의 시작, ‘대충 입고 싶은데 예쁘고 편한 옷 없을까’ 고민하다 꺼내 입은 원피스. 장미 패턴이 크고 화려해서 남들이 보면 차려 입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겐 가장 편한 옷 중 하나다. 상의, 하의 따로 찾아 입을 필요 없이 신발 구색만 적당히 맞춰주면 뚝딱. 기장이 길어서 바람에 날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침의 1분 1초가 중요한 월요일엔 롱원피스가 최고의 선택.

 

- Tuesday; 키치힙

우이스숍, 레터링 반팔티, 19,000원

와우 빈티지, 스카프 뷔스티에, 18,000원

연남와이, 스투시 조거팬츠, 50,000원

뷔스티에만 입고 싶은데 맨 살이 너무 많이 드러나는 것 같고, 반팔티만 입기엔 밋밋해서 찾은 합의점. 정말 화요일 같은 옷이다. 아무것도 안 하기엔 뭐하고, 열심히 공부하기엔 파란 하늘이 아까운. 한 가지 일에 집중 못하고 여기 저기 건드려 보는 하루에 걸 맞는 자잘한 모자, 링귀걸이 그리고 워커.

 

- Wednesday; 모리걸

어코드 빈티지, 패치워크 롱원피스, 24,000원

허니와 클로버. 숲을 뜻하는 일본어 ‘모리(森)’처럼 숲에서 마주칠 것 같은 소녀를 뜻하는 모리걸, 하구미는 선명한 색감의 티셔츠와 원피스에 바지를 입는 여자 주인공이다. 그녀는 무심한 듯 헤드폰을 걸치며 그림을 그린다. 내가 아오이 유우는 아니지만… 아무런 이벤트도 없으면서 주말이 가깝지도 않은 글루미 웬스데이엔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을 따라 입으며 셀프 이벤트를 만든다. 우거진 초록과 대비되는 빨간색 컨버스 로우는 덤.

 

- Thursday; 톰보이

페이지원, 막스 마라 베스트, 85,000원

페이지원, 호마이카 반지, 7,000원

아홀로틀 실버, 실반지, 19,000원

우리는 매일이 자유롭고 싶지만, 특히나 자유로움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날이 있다. 자 대고 자른 듯한 직선이지만 허리 핏이 잡혀 핏이 딱 떨어지는 베스트 상의. 마구잡이로 마감된 데님으로 만든 스커트. 그래도 아직 모자라서 롱부츠로 종아리를 감아보고, 귀에 나뭇잎을 매달았다. 목요일은 성급해 보이지 않게, 무던한 무드로.

 

- Friday; 쿠로 로리타

세컨드 클로젯, 로리타 원피스, 49,000원

금요일 공강엔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난다. 다가올 내일이 기다려지는 유일한 요일. 이렇게 기분 좋은 날엔 괜히 안 입던 옷이 꺼내 입고 싶어 진다. 롤리타 컴플렉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로리타 패션. 그중에서도 쿠로 로리타 패션은 검은색만으로 화려함을 나타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일반적으로는 무릎 아래 높이까지 오는 니삭스를 신지만, 오늘의 무드는 ‘♥’

 

 

Oldies but Goodeis

빈티지가 좋은 한 가지 이유만 꼽으라면 단연 크레파스 같은 색감이다. 빈티지 샵에서 행거를 뒤적이고 있노라면 대중적인 옷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매트하고 문질러진 듯한 색의 향연이 눈을 즐겁게 했다. 아마 잊고 있던 마음속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향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패스트 패션이 쏟아지는 사회에서 의도치 않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삶이라니. 모든 것이 빠르게 등장했다 언젠지도 모르게 무심히 소멸하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과거를 붙잡는 몇 안 되는 문화가 참 소중하다. 얼마 겪어본 것도 없는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노스탤지어. 가장 좋은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란 말은 하지 않겠지만, 이젠 오래되었다고 좋을 수 없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영원 wonvely0205@naver.com

<저작권자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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