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새로운 것을 꿈꾸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여 성공한 사람들을 동경하지만, 막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곤 한다.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는 학우들을 위해 와우가 남들이 가는 일반적인 길 대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성공한 e스포츠, 격투기, 모터스포츠 전문 캐스터이자 MC이신 성승헌 선배님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96학번 경영학과 성승헌이라고 합니다. 올해로 20년째 e스포츠, 모터스포츠, 격투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중계하고 있는 캐스터 성승헌입니다.
선배님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선배님은 대학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정말 너무 좋았어요. 제가 홍익대를 갔기 때문에 방송계로 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학 시절 하고 싶었던 건 다 했던 것 같아요. 교내 활동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학생회로도 활동했고, 지금은 인원 부족으로 폐부했지만 몸부림이라는 댄스 동아리의 창립멤버 중 하나였습니다. 또 저희 때는 힙합 문화가 짙었으니까, 록카페라고 부르던 근처 클럽에서 터보나 HOT의 춤을 추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가무에 집중하고, 새우깡 하나에 소주 세 병씩 때리던 시절이 스무 살 때 있었죠. (웃음)
요즘 축제나 체육대회는 하고 있나요? 저희 때는 경영학과와 무역학과가 함께 체육대회도 치열하게 했었어요. 그런 걸로 서로 배틀도 많이 하고, 제가 축제할 때 사회도 많이 보고 했었습니다. 제가 그런 걸 좋아했거든요. 그때부터 캐스터의 기질이 있었다기보다는, 남들보다 튀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게 있었습니다. 가장 튀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체육대회 MC나, 불꽃가요제 사회 같은 것들을 봤던 거죠. 결국 학교에서 펼쳐지는 대부분의 활동을 했고, 그런 것들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기존의 안정적인 아나운서 업무 대신 모험적인 e스포츠 중계를 택하여 이러한 자리까지 올라오신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이렇게 새로운 일을 택할 때의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있으셨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하셨나요?
이게 20년 전 이야기니까 상당히 미화될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릴게요. (웃음) 제가 일론 머스크가 아니에요. 무슨 이야기냐면, 미래를 제가 정확하게 예상해서, e스포츠가 발전하겠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선택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냥 재밌으니까 한 거죠. 처음에는 당연히 금전적인 측면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당시에는 너무 재밌어서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여러 고민이 있었습니다. 아나운서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이나 사회적인 시선이 탐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아나운서로서 깊이 들어간다고 해서 저에게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자문을 했을 때 그렇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음식, 여행, 일, 모든 것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려 하고, 그때 당시 새로움 하면 e스포츠가 대표적이었죠. 장르 자체가 정착되지 않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중들이 e스포츠라는 단어를 알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 길을 선택했고, 그 단어만큼 신선하고 매력적인 생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들 중에도 아직까지 자기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제 일이 너무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거든요. 이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일을 제가 처음부터 알아서 시작했다고 말할 수는 없죠. 사실 20대의 저는 그렇게 멀리 보지 않았어요. 그때 그 순간에, 저에게 솔직하게 다가가 보니 이게 저의 길이 된 것이죠. 그래서 한 거거든요. 그게 전 너무 좋았어요. 자신에게 재미있는 일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평생의 안정감을 얻기 위해 지금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싶어요. 너무 무모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 선택이 가져올 이후의 이익보다는 지금 당장 제가 얼마나 이 일을 즐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어요. 그리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당시에 최선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는 이 선택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대본 없이 즉석에서 진행되는 UFC나 e스포츠 중계 특성상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상황이 자주 발생할 것 같아요. 혹시 중계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중계를 진행하다 보면 온갖 상황들이 일어납니다. UFC 대회 중계에서는 위성 상황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e스포츠에선 천재지변처럼 갑자기 PC가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곤 하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당시 지상파 3사가 새로운 것에 대한 적극적인 도입을 시도한다는 명목 아래 전부 중계를 진행했었죠. 저희 쪽 사람들이 함께 준비하여 경기를 시작했는데, 현지에서 게임이 돌아가지 않아 경기 화면 대신에 저희 얼굴만 신나게 나오더라고요! 제가 평소에는 그런 상황에서는 딴소리를 좀 합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인데, 거기서 제가 딴소리를 하기가 좀 그런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죠! 그때 최대한 시청자 여러분께 경기와 관련된 정보를 드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말씀해주신 캐스터님의 딴소리가 e스포츠 팬들에게는 ‘성캐쇼’라고 불리며 지루한 퍼즈(*pause, e스포츠 경기에서 기계적 이슈 등으로 경기를 잠시 중단하는 것) 시간을 달래주는 묘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혹시 성캐쇼에서 할 이야기를 미리 준비해두시는 건가요?
누가 그런 상황을 예상해요. 그 시간에 중계를 준비해야죠. (웃음) 그 재미를 드리기 이전에, 게임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게 캐스터의 역할이잖아요.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차선책이 성캐쇼인데, 이를 위한 준비를 따로 한다고요? 그건 정말 막한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최대한 선수들이나 현장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관객들의 눈이 어느 순간부터 현장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럼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방향을 틀었죠. 말하는 제가 재미없으면 보는 사람들도 재미없을 것 같아 최대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했는데, 그게 여러분께 좋은 느낌으로 전달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에 대한 연구 자료나, 경기에 대한 데이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쌓인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죠. 다만 어떤 종목을 중계하다 발생한 일인가,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자면 e스포츠에 비해 비교적 시청 연령층이 높은 모터스포츠 중계에서의 퍼즈 시간에는 데이터 관련된 부분, 선수에 대한 연구를 더 이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캐스터나 MC로 오랫동안 활동하시며 느낀 직업의 장단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게 참 어려운 질문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 그런지, 장점만 생각나는데요. 우선 일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즐겁고, 재미있고, 중계 자체가 저에게 에너지를 주니까요. 게다가 수익적인 측면도 괜찮습니다. 굉장히 좋은 방향성이죠. (웃음) 이 일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중계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얻고, 나 자신이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공부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고. 참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의 직업인 것 같아요. 단점은 없어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저녁에 주로 일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약속 잡을 때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이건 너무 배부른 소리잖아요. 이외에는 없네요.
성승헌 캐스터님은 피드백에 굉장히 열려 계시고 시청자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시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살다 보면 긍정적인 피드백뿐 아니라 발전을 위한 부정적인 피드백도 종종 들어오곤 합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 자존심이 앞설 때도 있고 자존감이 깎일 때도 있는데, 이러한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지 그 방법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도 올해로 20년째지만 아직도 저 자신에게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제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약점에 대해 가끔은 날이 선, 때로는 과할 정도로 감정만 쏟아부은, 그런 피드백을 볼 때도 있어요. 질문하신 내용을 기반으로 이야기하면, 자존심은 상할 수 있어요. 내가 만든 글, 작품, 중계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 우리도 사람인데 어떻게 기분이 좋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게 자존감이 상할 부분은 아닌 거 같아요. 자존감이 깎이는 순간 본인은 계속 깎여져 나가고, 나 자신이 점점 작아지잖아요. 그러면 다시 그 위로 올라가기 어려워져요. 그렇게 계속 깎이다 보면 너무 매력 없이 둥글둥글해지잖아요.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람에겐 굽히지 않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뾰족할 수 있기에, 어떤 사람에겐 계속 걸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자존감이 깎임과 동시에 그걸 둥그렇게 만들어버린다? 너무 별로인 것 같아요. 저는 그런 피드백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 그리 상처받지 않아요. 피드백을 통해 제가 잘못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그걸 채워 나가려 노력하지만, 그걸 기반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지는 않습니다. 이건 저 자신에 대한 믿음과도 관련이 있어요. 제가 정답이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 자신이 정답이라 믿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옳은 중계를 할 수 있겠어요.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은 흔들릴 필요 없잖아요. 그걸 기반으로 저는 다른 일들을 접하는 거거든요. 그렇습니다.
MC, 캐스터로서 이제 20년 차에 접어드셨는데, 앞으로 더 중계해보고 싶으신 분야나 새롭게 도전하고픈 분야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그게 최근에 생겨서 이미 시도를 했습니다. 중계 종목의 확장은 아니고, 당황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연기와 관련된 일입니다. 그 결과물이 7월 3일 <악마 판사>라는 tvN 드라마로, 여러 회에 걸쳐 조금씩 나와요. 다른 시도로는 시간이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데, 7월에 저도 이제 유튜브를 시작합니다. 둘 다 재밌지만, 하던 일과 영역이 다르니까 너무 힘들어요! 유튜브는 지금 몇 개 찍었다가 엎었다가 난리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자는 마음에서 계속해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전부 말렸어요. ‘형이 해서 얻는 게 뭐가 있냐. 잘못되면 괜히 부정적인 평가만 듣고, 지금 스케줄도 바쁜데 그거나 하지.’ 그런데도 해 보고 싶더라고요. 뭐가 됐든 일단 해 보자, 하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홍익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유튜브! 꼭 홍보해 주셔야 합니다. (웃음)
어느덧 마지막 질문인데요,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과 재미를 잃지 않는 마음가짐을 강조해주셨는데,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홍익대학교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오늘 무슨 옷을 입고 올까 고민했어요. 키스 해링, 이분의 생각에 저는 굉장히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낙서를 미술로 끌어올린 거잖아요. 저위미술을 상위미술로 끌어올리고, 미술 간의 경계를 허문 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자신이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것들이 대중적인 시각에 있어서 ‘낮게’ 느껴지거나, 아니면 아직 주목받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이유로 좋아하는 일 대신 안정감을 선택하거나 그걸 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너무 인생이 뻔해지고, 재미없지 않나 싶어요. 주변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견이고 선택이라 생각해요. 많은 분들의 조언은 여러분에게 안정감을 줄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안정감이 본인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몇 년 뒤의 편안함, 조금 더 많은 연봉? 그것들 때문에 본인이 지금 가지고 있는 선택지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본인의 선택이 가장 옳은 것일 테니까요.
우리는 늘 ‘너무 위험한 선택이야’,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굳이 내가 갈 필요는 없지’라며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그 길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면, 내가 진정으로 그 길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면, 길만 보고 돌아가는 대신 고개를 꼿꼿이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태섭 taesub01@naver.com